유족들 “봉사활동 학교가 주도”… 학교 측 “동아리 자체 행사”

지난달 27일 강원 춘천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 인하대 학생 10명의 유족이 이번 사고에 대
한 학교의 책임을 거론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이 사건은 발명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초등학생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갔다가 참
변을 당한 사건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희생자 유족들은 11일 “봉사활동 장소 선정 등 전체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학교 측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면서 “인하대는 아무런 안전조치나 지도가 없었
던 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춘천 봉사활동 인하대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오후 이본수 총장(65)과의 면담에서 9
개 항의 질의서를 내고, 학교 측의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유족들은 인하대가 사고 발생 이후 책임을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학교 측이 내놓는 공식 답변을 검토한 이후 추후 법적 대응을 포함한 행동까지
도 고려하고 있다.



                                 인하대 희생자 유족과 학교 측 갈등		
		
		
		
               유족 주장		                            학교 측 답변

"지도교수 명의로 공문 발송"		"교수의 개인도장 찍어줬을 뿐"
"학교가 방문 초등학교를 선정"		"공문 보낸 학교 중 답신 보낸 곳 선정"
"봉사활동은 수업의 일환"		"학점 인정은 안됨"
"학교에서 버스 지원한 공식행사"		"좋은 일하러 간다기에 지원했을 뿐"
"책임보험, 여행자보험 들지 않음"		"공식 행사가 아니어서 가입하지 않음"
		




대책위는 이번 봉사활동은 인하대가 주도한 공식 행사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하대 발명 동아리 
‘아이디어뱅크’의 여름방학 발명 캠프 계획안과 개최 협조 의뢰 공문은 지난 7월 지도교수인 김모씨
의 명의로 강원도 소재 초등학교 40여곳에 발송됐다. 이 가운데 춘천의 천전초등학교가 최종 방문교
로 선정됐다. 학생들은 또 인하대 학교버스와 운전기사를 지원받아 춘천을 찾았다. 또 학교가 승인하
는 봉사활동은 일정 시간을 채우면 학점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학기 중에 이뤄지는 일반 강의수업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인하대는 봉사활동 대상 학교 선정 과정에 관여하고 학교버스까지는 지원했지만 학생들을 피보험자
로 한 책임보험이나 여행자보험 등은 들어주지 않았다. 통상 4년제 종합대학에서는 학교의 공식 지방
출장·행사에 대해 별도의 여행자보험을 들고 있고 인하대도 이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유족들은 이를 
근거로 “인하대가 공식 행사에서 별도의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히
고 있다.

유족들은 인하대의 사고 수습 과정에 더 분노하고 있다. 산사태로 인한 매몰 사고는 27일 0시8분 발생
했고 인하대는 이날 오전 4시 사고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학생 가족들은 뉴스속보를 접하고 춘천의 
사고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학교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학교 관계자 누구도 가족에
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희생자의 부친 최모씨(45)는 “이후 학교 관계자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거나 단 한마디
의 사과도 하지 않아 가족장을 별도로 치렀다”고 밝혔다. 언론에는 31일 희생자 10명의 합동영결식
이 열린 것으로 보도됐지만 실제 희생자 2명의 장례식은 이에 앞선 29일과 30일 각각 가족장으로 치
러졌다. 희생자의 부친이 멀쩡히 있는데 삼촌이 합동영결식을 진행하는 유가족 대표로 활동한 것도 
석연찮은 부분이다. 희생 학생들의 직계로 구성된 대책위는 이에 대해 “인하대가 방계 가족을 회유
해 법적·행정적 책임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참변에 대한 책임이 있는 학교가 학교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
해 별도의 가족장을 치렀고 학교 관계자의 조문은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학교는 장례 지원을 위
해 보낸 학생들을 통해 장례식장의 상황을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하대 측은 “학교의 공식 행사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도의적 책임은 있더라도 법적·행정적 책임은 없
다”는 입장이다.

인하대 관계자는 “방문 초등학교는 동아리에서 선정한 것이고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지도교수가 개
인 도장을 찍어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봉사활동의 학점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학생 자체 행사여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춘천 방문은 학교에 정식으로 신고된 것이 아니어서 보험
에 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버스 지원에 대해서는 “보통 배차를 해 주지 않지만 좋은 일을 하
러 간다기에 지원해줬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출처 :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8120309075&code=940202